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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무사고'라는 말의
세 가지 뜻

서류 두 장 읽는 법 · 2026년 8월
'무사고'는 단어 하나인데 뜻은 세 개입니다. 어느 서류를 보고 한 말이냐에 따라 달라지고, 그 서류가 아예 없는 매물도 있습니다.

첫 번째. 기록부의 무사고

성능점검기록부는 차를 팔기 전에 의무로 쓰는 서류입니다. 여기서 '사고'는 뼈대가 다쳤나, 그리고 차체를 잘라 붙였나만 봅니다.

그래서 문짝을 통째로 갈아끼워도, 쿼터패널을 펴서 고쳐도 서류에는 '무사고'라고 적힙니다. 누가 장난친 게 아니라 서류의 정의가 그래요. 대신 이 서류엔 어디를 어떻게 손봤는지가 다 남습니다. 그러니까 '무사고'라는 글자는 넘기고 그 아래 부위 목록을 보시면 됩니다. (부위별 구분은 골격 수리 vs 외판 수리에 정리해뒀습니다.)

두 번째. 보험이력의 무사고

보험으로 처리한 사고 기록입니다. 기록부와는 완전히 다른 서류고, 보는 것도 다릅니다. 여기서 두 가지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.

1. 보험 안 부르고 고친 사고는 안 남습니다

범퍼 긁혀서 그냥 현금으로 처리한 접촉사고. 보험이력은 깨끗합니다. 그 흔적은 기록부 쪽에 남아요. 그래서 두 장을 겹쳐 봐야 합니다.

2. '타 차 가해'는 이 차 얘기가 아닙니다

보험이력엔 금액이 두 종류 나옵니다. 내 차 피해는 이 차를 고치는 데 들어간 돈이고, 타 차 가해는 상대 차를 고쳐준 돈입니다.

타 차 가해가 3천만원이라고 이 차가 3천만원어치 부서진 게 아니에요. 남의 차를 그만큼 고쳐준 겁니다. 지갑은 아팠어도 차는 멀쩡할 수 있습니다. 이 차의 상태를 보려면 내 차 피해 금액만 보세요.

세 번째. 광고에 적힌 무사고

앞의 둘은 서류가 정해놓은 뜻입니다. 세 번째는 아무도 정하지 않은 뜻이에요. 그런데 사는 사람이 제일 먼저 보는 건 이 세 번째입니다.

같은 '무사고'가 기록부만 보고 한 말일 수도, 두 장 다 보고 한 말일 수도 있는데 광고엔 그 구분이 없습니다. 대개는 속이려는 게 아니라 기록부에 찍힌 글자를 그대로 옮긴 겁니다.

그래서 따질 게 아니라 어느 쪽인지만 좁히면 됩니다. "기록부 기준이에요, 보험이력도 깨끗해요?" 이 한 마디면 세 번째 뜻이 앞의 둘 중 하나로 정리됩니다.

그런데 서류가 없는 차도 있습니다

의외로 잘 안 알려진 사실인데, 두 서류는 각각 없을 수 있습니다. 갓 올라온 매물이거나 조회가 안 되는 경우예요. 저희가 보는 매물 기준으로 대략 이렇습니다.

상태얼마나어떻게 봐야 하나
기록부만 없음 100대 중 3대쯤 보험이력이 살아 있어서 사고·손바뀜은 보입니다. 자비로 고친 것만 못 봅니다.
보험이력만 없음 100대 중 2대쯤 기록부가 '무사고'여도 그건 뼈대 얘기일 뿐입니다. 보험 처리한 사고가 있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.
둘 다 없음 500대 중 1대쯤 화면상 진짜 깨끗한 차와 똑같이 보입니다. 근거가 0개인 상태예요.

제일 까다로운 건 가운데입니다. 보험이력만 없는 차는 기록부가 '무사고'로 떠 있으니 화면상 완벽해 보이는데, 실은 서류 한 장만 보고 내린 판정이거든요. 저희가 이런 매물을 그냥 '무사고'가 아니라 '기록부 무사고'라고 따로 적는 이유입니다.

둘 다 없는 차는 저희가 좋은 등급을 주지 않습니다. 시세보다 싸도 '이력 미확인'으로 표시하고 추천에서도 뺍니다. 전손이든 손바뀜 열 번이든 화면엔 아무 경고가 안 뜨는 상태니까요. 쌀 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를 볼 수가 없습니다.

한 줄로 줄이면

서류를 확인하는 건 상대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, 큰돈이 오가는 자리에서 서로 같은 말을 하고 있는지 맞춰보는 일입니다. '무사고' 한 단어를 놓고 파는 쪽과 사는 쪽이 서로 다른 걸 떠올린 채 도장을 찍는 일이 생각보다 잦으니까요. 그러니 그냥 물어보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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